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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 “관계 변경 언질 못 받아” 러셀 차관보 급파 발언 진의 파악 나서ㆍ‘협상 우위’ 도박 분석…“교역 중단 아니다” 필리핀 내부서도 혼선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미국과의 ‘70년 동맹’을 깨고 결별을 선언하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피봇 투 아시아’ 전략을 펴오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미 정부는 필리핀에 특사를 급파하는 등 두테르테 발언의 진의 파악에 나섰다.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두테르테는 20일 중국 기업가와 관료들이 모인 포럼에서 “나는 군사·경제 분야에서 미국으로부터 분리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 관계는 봄날”이라며 우정을 과시한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동맹을 깨겠다고 한 것이다. 미국은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필리핀으로부터 양국 협력관계를 변경한다는 언질을 받지 못했다”며 “그의 발언에 당황하는 나라는 미국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필리핀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특사로 보냈다. 필리핀은 1946년 독립 후에도 식민지 모국 미국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필리핀은 1951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어 줄곧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있었다. 미군이 45년간 보유했던 필리핀 해·공군 기지는 냉전시대 반공전선의 거점이었다. 지금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아시아 해상주도권 다툼에는 동남아 국가의 협조가 필요하고, 그중 핵심은 필리핀이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대립할 때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다. 필리핀은 2014년 미국과 미군에 군사기지를 다시 내주는 고도방위협력협정(EDCA)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 6월 두테르테 정권이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두테르테는 민다나오섬에 주둔 중인 미군 특수부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연례 합동군사훈련도 그만두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전 국무부 관료이자 미 국제문제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CNN에 “필리핀을 잃는 건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전체적 전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의 발언을 둘러싼 해석은 분분하다. 먼저 두테르테가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얻으려 ‘도박’을 벌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레이 히버트 국제전략연구소 부국장은 “이혼서류를 쓰기도 전에 배우자에게 ‘이혼하자’고 말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그래서 두테르테가 가장 큰 ‘협상카드’인 EDCA를 내던지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은 필리핀의 충성심을 당연시해 왔다”며 미국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의 ‘모험주의’가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중을 정면으로 부딪치게 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필리핀이 입장을 바꾸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이 독자 행동에 나서는 등 역내 불안정이 커질 수 있다. 국내 여론은 두테르테의 행보를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다. 필리핀의 반미감정은 1991년 미군기지 오염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절정에 달했고 19일 마닐라 미 대사관 앞에서 반미시위가 벌어지는 등 앙금이 남아 있다. 하지만 오랜 군사협력은 물론 두번째 교역상대국이자 막대한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는 미국을 완전히 떠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현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는 미국을 “매우 신뢰한다”고 답했다. 정부 내 입장도 조율되지 않았다. 라몬 로페즈 무역장관이 21일 “미국과의 교역을 중단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대통령궁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변인도 성명을 내 “미국과 관계를 끊겠다는 게 아니라 자주적 외교를 펼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언론은 “중국조차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한 적은 없다(필리핀스타)”, “필리핀이 자기파괴적인 길을 걷는가(인콰이어러)”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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