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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5 09:12

[임진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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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학봉김선생용사사적」은 임진왜란 당시 죽을 각오로 진주(晉州)를 지켰던 학봉 김성일(金誠一)의 행적을 기록한 글이다. 학봉은 전쟁 중에 크고 작은 문서까지 직접 작성하느라 병을 키웠는데, 이를 본 휘하의 조종도(趙宗道)가 번거로운 일을 그만두도록 말리자 위와 같이 대답했다.

 

   학봉은 무슨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었던가? 학봉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오판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인 1591년, 일본에서 돌아온 통신사 황윤길(黃允吉)은 반드시 병화가 있을 것이라 경고한 반면, 부사(副使)였던 김성일은 침략의 정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안심시켰다. 조정은 상반된 보고 가운데 더 믿고 싶었던 김성일의 보고를 채택했고, 조선은 무방비 속에 왜란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침략의 급보를 접한 선조(宣祖)는 대노했다. 당장 김성일을 국문하겠다며 잡아들이게 했는데, 만약 이때 국문이 열렸더라면 학봉은 분명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소견은 잘못되었으나 충절은 믿어야 한다”고 유성룡이 비호해 준 덕분에, 석방되어 경상우도 초유사(招諭使)로 나가게 되었다.

 

   “모기만한 힘으로 태산을 짊어지고 있다[以蚊負山]”는 비유가 과장이 아닌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학봉은 자신의 죄, 나아가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자신을 포함한 신하들의 죄는 만 번 죽어도 용서받지 못한다면서 죽음을 각오하고 초유사 임무에 매진하였다. 그리하여 의병장 곽재우 등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호남으로 들어가는 요충지인 진주를 방어하는 데 성공하여 전세를 역전시키는 큰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1593년, 병란 중에 덮친 전염병을 구제하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다가 병에 전염되어 56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만 번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며, ‘한 번 죽는 것은 어렵지 않다[一死非難]’며 나라와 백성을 위해 제대로 죽고자 했던 학봉의 마음이 어쩌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근래 당국의 정책 가운데는 국가의 안보가 걸린 사드 배치 문제, 국토의 생명이 걸린 4대강 문제 등 국론이 대립된 일들이 많다. 이 막중한 결정들이 패착으로 판정될 경우, 그때 이 담당자들은 어떻게, 얼마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것인가? 자신의 실책을 뼈에 새기고 “만 번 죽어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외쳤던 저 학봉 선생이 새삼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글쓴이박은희한국고전번역원 선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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