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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재판장·국가의 배상책임 인정 안돼 정원섭 목사 “국가배상책임 끝까지 물을 것”

“‘진실과 화해를 위한’ 법까지 만들어졌잖아요. 국가에겐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지 않나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정원섭(82) 목사에게 자백을 강요한 고문 경찰관들이 정 목사에게 23억여원을 배상하란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에 한숨을 내쉰 것은 40여년 전 그를 고문하고 증거를 조작한 경찰관들만이 아니다. 이번에도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지 못한 정 목사도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임태혁)는 정 목사와 가족들이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과 기소검사, 1심 사건 재판장 및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진아무개씨 등 경찰관 3명과 그 유족들이 정씨에게 23억8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다만 검사와 재판장,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1972년 강원도 춘천에서 만화방을 운영하던 그에게 난데없이 역전파출소장의 열살 딸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가 씌워졌다. 밤낮없는 고문 끝에 그는 거짓자백을 했고, 15년의 세월을 철창 안에서 보냈다. 70대 나이에 이른 2007년에 이르러서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와 법원 재심을 거쳐 누명을 벗었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은 국가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2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 목사는 잃어버린 세월을 조금이나마 되찾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소멸시효가 발목을 잡았다. 그해 말 대법원은 소멸시효 기간을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라고 밝혔다. 소멸시효는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다. 정 목사는 확정일로부터 6개월 10일 뒤 소송을 냈다는 이유로 배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정 목사는 진실을 밝히겠다며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번엔 고문 경찰과 기소검사, 재판장도 함께 제소했다.

정 목사 쪽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을 근거로 삼았다. 과거사정리법 36조 1항은 “정부는 규명된 진실에 따라 피해자 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가가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그의 고통에 침묵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나서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국가의 의무는 법령에 의해 구체화하지 않으면 행사될 수 없어 추상적”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목사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정 목사를 대리하는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는 다음주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지 변호사는 “국가는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피해·명예 회복 조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 국가폭력의 피해자 개개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일이 다시 생겨선 안된다”고 취지를 밝혔다. 지난 5월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김흥준)가 정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화해조치 등 이행청구 소송을 기각하면서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 후 8년여가 지나고도 국가가 명예회복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과거사정리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팔십 노인은 반백년 가까이 ‘진실과 화해를 위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http://v.media.daum.net/v/20161124175607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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