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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같은 전주서 10시즌…늘 설렌다
공격진 보강으로 난 조연으로 충분해
매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어”


“왜 얻어터지고 돌아와? 자존심 없어? 다시 가서 밟아버려!”

K리그1(클래식) 챔피언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은 전반전을 무기력하게 마친 제자들에게 한바탕 헤어드라이기(독설)를 뿜어냈다. 낯선 스코어 0-2.

전북은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홈 1차전에서 한참을 헤맸다.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최 감독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39)의 조기 투입. 비 시즌 개인훈련 중 장딴지 근육이 올라와 일본 오키나와 동계전지훈련 내내 재활에 전념하며 사실상 참관자로 머물던 터라 걱정도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도 놀랐단다. 길어야 20여분 정도를 뛸 줄 알았는데, 출전시간이 늘었다. 그럼에도 해냈다. 후반 10분과 39분, 헤딩과 오른발 감아차기로 멀티 골을 몰아쳐 상대전적 1무5패의 지긋한 징크스 타파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골 직후, 홈 팬들을 향해 두 팔을 휘저으며 응원전을 독려한 그의 얼굴은 환희가 가득했다. 역사도 계속됐다. ACL 통산 33·34호 골을 작렬해 자신이 보유한 대회 최다득점 기록을 다시 깼다. 득점 2위(29골)인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수 알 샴라니와의 격차도 5골로 벌렸다.

민족의 대명절 구정 연휴도 이동국에게는 사치다. 전북은 20일 킷치(홍콩) 원정 2차전에 출격하는데, 큰 변수가 없는 한 동행할 공산이 크다. 2차 골 폭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올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던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또 화려한 시즌 시작을 알린 전주성 현장에서 만난 이동국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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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20년 절반을 보낸 제2의 고향 전주

-벌써 10시즌을 보내게 됐다.


“정말 그렇게 됐다. 마음은 항상 그대로인데 주름이 많이 늘었더라. 그간 우리 팀도 많이 바뀌긴 했다. 구단 로고에 유니폼, 인프라와 전력까지 정말 크게 변화했다. 당연히 긍정적인 의미다.”

-한 자릿수와 두 자릿수 시즌은 다르지 않나.

“이제 전주는 내 고향과 다름없다. 태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가장 오랜 시간 선수 커리어를 이어온 곳이 아닌가. 껍질을 깨고 한 걸음 성장시켜준 곳도 여기다. 어떤 이는 프로 10년을 못 채우고 떠났을 텐데, 이곳에서만 10년을 보냈으니 감회가 새롭다.”

-전북 입단 초창기와 지금의 차이가 있나.

“감히 말할 수 있다. 전주는 축구도시라고. K리그에 좋은 클럽들이 많지만 수도권과는 다소 다른 색채가 있다. 구수하기도 하고, 친근함도 있고. 스킨십도 굉장히 활발하다. 다른 곳이 갖지 못한 무언가가 이곳에 있다.”

지금은 전국 어디를 가나 대단한 사랑을 받지만 이동국이 처음 전북 유니폼을 입은 2009년은 마냥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미들즈브러(잉글랜드)에서 사실상 방출됐고, 어렵게 안착한 K리그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도 불과 반 시즌 만에 결별해야 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의 약속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보란 듯 부활하자. 나와 전북은 네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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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박함을 딛고 되찾은 평온함

-입단 초에는 간절함이 표정에 엿보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안방에서 뛰는 것이 설렌다는 점이다. 그냥 행복하다. 표현이 어렵다. 기분도 좋고, 잔디 감촉과 내음이 좋다. 선발 여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어떤 역할이든, 얼마나 뛰든 뭔가 해낼 것 같다는 내 자신의 믿음과 기대감이 있다. 더욱이 홀로 짊어진 부담도 없다. 내가 안 풀리면 동료들이 있다.”

-어지간한 기록은 다 깼다.

“가장 잘하는, 가장 좋아하는 것이 축구다. 이제 욕심은 없다. 뭔가 기록 경신을 위해 뛰는 시점은 지났다. 그냥 자신에 만족할 만한 플레이를 최대한 많이 하고 싶을 뿐이다. 민폐도 덜 끼쳐야 하고.”

-전북은 공격진 보강이 대단하다.

“긴장도 없다. 난 컨디션만 적정선을 유지하면 된다. 주연을 욕심낼 수 없다. 조연으로나마 역할을 한다면 충분하다. 여유도 많다. 시즌을 보내며 늘 좋을 수 없다. 지난해에도 초반은 내가 어느 정도 하다가 막바지에는 (김)신욱이가 풀어줬다. 모두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 이게 우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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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생각 5년, 그의 끝은 정해지지 않았다!

-올 시즌은 어떻게 될까.


“초반부터 박빙의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 대신 우리도 이기는 경기를 할 거다. 5∼6월 월드컵 휴식기까지는 타이트한 긴장 속에 매 경기를 소화할 듯 하다. K리그1에 ACL에 정말 여유가 없다. 다행히 우린 꾸준하게 축적한 노하우가 있다. 체력이 부담스러워도 이겨내는 방법을 안다.”

-정말 올해 목표가 없나?

“전혀 없다. 지금으로선 팀이 내 전부다. 우승하면 내가 우승하는 거다. 지난시즌 내가 팀에 너무 많은 빚을 졌다. 감독님께서도 내 개인기록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빠른 시일에 해결했어야 했는데 질질 끌었다.”

-미안하지만 또 은퇴 이야기를 물어야 한다.

“솔직히 은퇴 생각은 5∼6년 전부터 해왔다. 경기를 앞둘 때마다 ‘이번 주가 정말 마지막 무대’라고 여기며 뛰었다. 그렇게 하고 돌아보니 어느새 10년이 지났더라.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국내·외 2관왕을 노리는 올 시즌도 지금까지의 시간처럼 보낼 것이다. 그렇게 또 30∼40경기 이상 뛰다보면 어느 순간, 또 뭔가 마음의 결정을 내릴 시점이 오지 않을까?”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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